2023. 7. 20. 06:27ㆍRenseigner (프랑스 살기)
프랑스에서 집사기 프롤로그 (2022년 1월)
프랑스에서 월세를 내며 10년을 넘게 살았다. 학생 시절에야 어차피 대출도 못 받고, 나라에서 월세 지원금도 쏠쏠하게 받으니 집을 사는 것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지. 월세로 들어가는 금액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그래도 부모님한테 어차피 도움 받을 거였으면 학생 시절에 작은 스튜디오라도 사서 시작을 했다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2p 짜리로. (방 하나 거실하나), 그리고 3p 짜리로 차근차근 옮겨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그 당시 받아서 나온 퇴직금 3천만 원을 생활비로 야금야금 쓰지 않고 무언가에 투자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게다가 학생이었다면 한국에서 부모님이 돈을 보내주시더라도 증여세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지금 학생 신분이 아닌 비거주자인 탓에 증여세 면제가 되지 않는다. 증여세로 날아가는 돈이 얼마나 아까운지..
(증여세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에 최소 6개월 이상 거주를 해야 한다)
뭐 어쨌든 늦은 후회는 후회일 뿐이고. 요즘 나의 삶은 집집집. 어떻게 집을 살까, 어디에 집을 살까 에 꽂혀있다.
그동안 주변에서 집 이미 구매한 지인들 얘기를 귀담아 들어놓을 걸.. 하고 후회하면서.
그때는 나와는 먼 미래의(?) 아니면 다른 세상의 이야기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
매 주말 애들과 남편을 끌고 집을 보러 다닌 지 약 2개월.. 10개 정도 아파트 본 것 같다. 처음에는 아직 정확히 어떤 동네로 이사 가고 싶은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집을 봤다. 그러다가 한 동네를 정하게 되었고 이제 그 동네만 파기 시작.
집을 사기로 결심한 이유는,
첫째는 월세로 계속 날리는 돈이 아깝고, (애매한 소득으로 나라에서 월세 지원금- allocation de logement 도 끊긴 상태)
둘째는 아이들의 학교, 즉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서였다.
이제 올해 9월이 되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게 되는데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초등학교까지는 나쁘지 않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는 좀 답이 없다. 중학교 앞에 가보면 아이들의 모습이 벌써 너무 다른 느낌이고 고등학교는 직업학교 말고는 아예 없다. 그래서 여기서도 많은 아이들이 파리에 있는 사립학교로 간다.
첫째 아이의 친구의 부모들(프랑스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그 사람들도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즈음에 이사를 가거나 파리로 사립학교를 보내려고 한다고 말이다.
남편은 사립학교 보내는 것도 반대하는 데다가, 지하철을 타고 멀리 있는 학교로 가는 것은 더 반대.
그리고 중간에 갑자기 전학하는 것도 반대.
그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동네를 옮기면서 집을 사보면 어떨까 하고 급 서두르게 됐다.
그 외에 셋째로는 부모님이 도와주신다고 할 때 죄송하지만 도움을 받자도 있다. 감사하게도 엄마 아빠가 오래전부터 도와줄 테니 집을 사라고 이야기를 엄청 하셨기 때문이다. 자가 마련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으로서는 타지에서 월세살이를 하는 딸이 늘 안타까우신 것이다.
물론 두 번째 이유가 내 마음속에는 가장 컸다.
사실 그전부터 계속 집 사는 것에 관심은 있었는데 아직 영주권 (10년짜리 체류증 Carte de résident)을 받지 못한 상태라서 대출이 어려울 거라는 말을 듣고 포기했었다. 작년(2021년)에 영주권을 받았는데.. 그때 바로 빨리 집을 찾기 시작했다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사실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매물은 계속 보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은 못 했던 것 같다.
뭐 어쨌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사실 인터넷으로 관심 있다고 표시했더니 부동산에서 바로 연락이 와서였던 것 같고, 그때부터 대출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지 잘 모르고 무작정 막 덤빈 구석도 있는 것 같다.
이제야 다시 절차를 알아보고 마음에 새기는 겸 블로그에 정리를 해본다. 누군가에게 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정말 한국과는 너무 다르고 오래 걸리고 복잡한 프랑스에서 집 사는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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