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 한국문학

2023. 12. 19. 10:18Read (읽기)

행운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

- 현진건의 <운수좋은 > 읽고 -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주인공인 김첨지의 아내가 죽은 날이라는 결론과 달리 반어적 표현을 사용한 제목을 가진 소설이라는 것이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배운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던 것이 기억난다. 가정을 꾸리고 두 자녀를 기르는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 다시 읽은 ‘운수 좋은 날은 좀 더 현실적으로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아픈 아내와 갓난쟁이 자식, 아내를 치료할 수 있는 돈은커녕 당장 먹을 것을 살 돈도 없는 처참한 현실 아래서 김첨지는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날따라 아픈 아내는 남편에게 나가지 않고 자신과 있어달라고 애원했지만 김첨치는 그럼 누가 먹고 살 돈을 버냐며 호통을 치고, 아내를 떨쳐버리고 일을 하러 나간다.

 

“맞불들고 앉았으면 누가 먹여 살릴 줄 알아.”

 

‘집이 차차 멀어 갈수록 김첨지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재게 놀러야만 쉴새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김첨지는 아마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날의 행운이 단순한 행운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다가올 불행의 그림자의 존재를 말이다.  항상 무슨 일이 터지려고 할 때,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직감하는 것 같다. 그러나 늘 그 직감을 애써 무시하는 것일까? 어쩐지 불안한 마음, 찝찝한 마음, 세한 기분 등으로 세상은 우리에게 예고를 해주는데 어리석은 우리는 늘 괜찮을 것이라고 무시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개인적인 사건을 넘어서서 한국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건 사고들도 같은 맥락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일 원 오십전이란 돈이 얼마나 괜찮고 괴로운 것인 줄 절절히 느끼었다.’

 

    이 구절은 나에게 가장 와닿는 구절이었다. 어쩌면 누구나 공감이 될 구절이 아닐까 싶다. 돈은 우리가 사는 데 꼭 필요하고 많으면 참 편리하고 좋은 것이지만,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괴롭고 힘든 과정은 불가피하다. 물론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이 누군가에게는 찾아올 수 있겠지만 그렇게 생긴 돈도 무조건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로또에 당첨된 후 더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다. 금수저들, 성공한 연예인들, 사업가들 등도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하게 살지는 않고 있다. 지금의 나는 어떨까? 나의 지금의 모습은 마치 김첨지와 같다는 생각에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고 불편했다. 세금과 아파트 관리비 등 갑작스러운 지출로 어떻게 어디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볼까? 하는 생각이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괴롭힌다.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있어도 계속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누군가 소중한 가족들하고 보내는 시간을 그렇게 허투루 쓰면 어떡합니까?라고 말한다면, 나도 김첨지처럼 맞불들고 앉았으면 누가 먹여 살릴 줄 알아.”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소설의 결말이 말해주듯, 돈이란 괜찮지만 괴로운 것이며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일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가족은 영영 내 곁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20대의 나의 모토는 이것이었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후회 없이 신나게 놀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설렁탕을 사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냐며 우는 김첨지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후회하지 말고 내일은 없을 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