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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스즈메의 문단속 원작 소설 후기

FRENCH GREY 2023. 5. 23. 07:11

책 리뷰] 스즈메의 문단속 원작 소설을 읽고

스즈메의 문단속

밀리의 서재에서 계속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있던 스즈메의 문단속. 일본 소설인가? 만화인가? 그냥 늘 지나치다가, 자기 계발서만 읽는 데에 지쳐 소설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보기 시작했다. 

 

젊은 날에 일본 소설을 참 좋아했더랬다. 그 시대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모르면 바보였고, 나 역시 참 좋아했다. 일단 우리 세대는 일본만화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이기 때문에 일본의 문화는 우리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일인자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들은 이름은 너무 익숙히 알았지만 사실 직접 본 것은 내가 자식을 낳고 우리 큰 딸이 그 만화를 볼 만한 나이가 되어서 인 것 같다. 나는 10대 시절은 일본 만화와 함께 보냈고, 20대에는 일본 소설과 함께 보냈고, 30대에는 다시 나의 자녀와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사실 제목부터 의아하긴 한데, 어떤 내용일지 전혀 상상을 안 해보고 보았다. 지은이의 글을 보니 이 소설 자체를 애니메이션 제작과 함께 썼다고 했다. 즉 애니메이션 제작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스즈메의 문단속 원작 소설을 주로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머릿속의 장면 장면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경험을 했다. 내 상상 속의 그림체는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빌려 오기는 했다. 아마도 이야기 자체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같은 SF 장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스즈메의 문단속 원작 줄거리

어릴 적 엄마를 잃고 이모와 둘이 사는 스즈메는 어느 날 우연히 문단속을 하는 소타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문단속은 폐허가 된 곳의 문을 잠그는 것인데, 그 문을 닫지 못하면 거기서부터 흘러나오는 어떤 영적인 존재에 의해서 그 지역에 엄청난 자연재해가 일어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스즈메는 저주로 인해 의자로 변해버린 소타와 함께 소타를 의자로 변하게 한 원인을 찾아다니며 일본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게 되고 그 지역의 문을 닫는 문지기 역할을 하게 된다. 

 

간단히 말하면 이런 줄거리의 내용이다. 사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바로 이 내용이긴 한다.  문을 닫는다는 사건 자체는 계속 결말이 예상되는 사건의 반복이라 거기서 오는 스릴러는 없는 편이다. 그러나 소설이 묘사해 내는 각 장면들, 그리고 주인공인 스즈메가 전국 각 지역을 다니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의자가 돼버린 소타와의 미묘한 관계 같은 부분들이 재미있다. 또 애니메이션으로 그 묘사들이 내가 상상한 것처럼 구현되었을지 궁금해졌다.

 

 

스즈메의 문단속 결말 (스포주의)

앞서 말한 것처럼 계속 스즈메가 이동하는 곳마다 우연히도 문이 열리고 그러면 문을 닫고 그런 사건이 계속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주된 내용이긴 하다. 결말이라고 한다면, 사람이었다가 의자로 변했고 그리고는 문을 지키는 요석으로 변해버리게 된 소타를 스즈메가 (사랑의 힘으로) 다시 사람으로 돌려내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결말이자 반전은 마지막에 스즈메가 어린 시절의 스즈메를 만나게 되는 장면에 있다. 원작 소설의 첫 시작은 스즈메의 꿈에서부터 시작했다. 어린 스즈메가 엄마를 찾아다니다가 길을 잃고 울고 있을 때, 엄마와 같은 모습의 누군가가 나타다고 스즈메는 그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면서 꿈이 끝난다. 그 꿈에서 스즈메가 엄마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바로 문단속을 하던 미래의 스즈메였던 것이다. 문단속을 하면서 스즈메는 현실 세계와 저쪽 세계를 오가게 되는데, 어린 시절 스즈메는 우연히도 저쪽 세계에 들어와 미래의 스즈메를 만났던 것이다. 스즈메는 어린 스즈메를 위로하고 격려해 준다.

 

아, 바로 이런 결말. 반전. 일본스럽다고 생각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내가 어린 시절 정말 좋아했던 ‘바사라’라는 만화가 있다. 엄청 긴 시리즈의 만화인데, 마지막 결말에 이런 비슷한 느낌의 반전이 있다. 만화의 주인공인 두 남녀가 사실은 이미 전생에서 사랑하던 사이였던 것. 그들의 전생은 지금 우리의 현세이고, 만화의 역사적 배경은 지금의 세상이 멸망한 후 재건된 세상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만화 바사라의 결말을 보면서 느꼈던 비슷한 감정이 스즈메의 문단속 결말을 보면서도 느껴졌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찾아보니 아직 한국 영화관에서 상영 중이라서 볼 수가 없었다.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아는 지인이 프랑스에서도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고 했다. 찾아보니 정말 하고 있었다. 아이들 자기 전에도 이 얘기를 옛날이야기 삼아 해주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다 같이 보러 가야겠다.